’아버지가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지 벌써 6개월이 지났어요. 말도 왜인지 어눌해지시는 것 같고, 자꾸 오늘 이야기한 내용도 깜빡깜빡하세요. 아버지는 그래도 신문도 꾸준히 읽고 가끔 책도 읽으시던 분인데, 책이라도 사드리는 게 도움이 될까요?’
읽기 활동의 효과 📈
’읽기’는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여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. 실제로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8주간 한 그룹의 노인에게는 주 5일 동안 꾸준히 독서 활동을, 다른 그룹의 노인에게는 꾸준히 언어 퍼즐 활동을 하도록 했어요. 연구 결과, 독서 활동을 한 그룹의 작업 기억과 일화 기억이 퍼즐 활동을 한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어요.
작업 기억은 복잡한 인지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임시로 저장하거나 조작하는 능력을 뜻하는데, 예를 들어 마트에서 여러가지 물건을 산 후 총 합계가 얼마인지 계산하고, 총 합계와 자신이 가진 돈을 비교해 물건을 모두 살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 작업 기억이 필요해요. 물건 가격을 다 더해서 기억하는 것, 자신이 가진 돈을 생각해내는 것, 자신이 가진 돈과 물건의 총 가격을 비교하는 것 등이 작업 기억을 위한 능력이랍니다.
일화 기억은 이전에 경험했던 일의 시간과 장소를 기억해낼 수 있는 능력인데요. ‘나는 어제 집에서 티비를 보며 비빔밥을 먹었다’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 일화 기억과 관련된 것이에요. "언제", "어디서", "무엇을"과 같은 육하원칙과 관련된 기억이지요.
다시 일리노이대 연구 결과로 돌아가보면, 독서를 꾸준히 한 노인들은 기억력 테스트에서 더 많은 단어를 기억했고, 문장을 읽을 때에요 더 빠른 속도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. 또 다른 연구는 2000여 명의 노인을 14년 동안 관찰했는데,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꾸준히 읽기 활동을 하는 것은 인지 저하의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얘기했답니다.
기억력 향상에 특히 효과적인 ‘소리 내어 읽기’ 🗣️
단순 읽기도 도움이 되지만, 특히 ‘낭독’은 기억력 강화를 위해 효과적이에요. 소리 내지 않고 읽을 때에 비해 큰 소리로 읽으면 기억에 더 잘 남고, 전두엽, 측두엽, 운동 중추까지 훨씬 다양한 뇌 세포를 자극할 수 있지요. 실제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팀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6개월간 꾸준히 낭독과 간단한 연산 훈련을 시켰더니,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기억력이 20%가 향상됐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어요.
치매 전문의 이은아 박사도 소리 내어 읽기를 추천해요. 기억력을 좋게 하려면 “리허설” 즉 내가 새롭게 접한 것을 인출하는 것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, 낭독은 아주 좋은 리허설이라는 것이죠. |